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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처칠•케네디•간디 그 리더십의 원천을 따져봤더니 문화∙스포츠 편집부 2012-12-0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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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의 우울증을 폭로한 첫 책이 1960년대 런던에서 나왔다. 영국 정가가 시끄러워졌다. 처칠의 유족 측은 책 출간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정력적 이미지, 능란한 화술 등 그를 둘러싼 공식 이미지를 뒤집는 주장 때문이었다. 참고로 저자는 처칠의 주치의로 활동했던 모런 경(卿)이다.
90년대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존 F 케네디의 정신병력을 담은 나이젤 해밀턴의 책 때문이었다. 케네디 가문은 “거짓말”이라고 방어에 나섰지만, 그의 병력은 엄연히 사실이었다. 조증(躁症·비정상적인 기분 고조)에 성욕 과잉, 그리고 괜히 안절부절못하는 과잉행동장애···. 하지만 케네디는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며 리더십이 향상됐던 희귀 케이스다.
이런 디테일을 담아낸 『광기의 리더십』은 유명 정치인의 이모저모가 아니다. 파격의 메시지는 이렇게 압축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즉 제정신이라고 해서 훌륭한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다. 사실 그 반대다.”(336쪽)이렇게 단언해도 될까. 광기란 역사의 ‘문제적 인간’이 갖는 특징이란 뜻일까.
맞다. 하지만 그 이상이다. 미 보스턴 터프츠 의대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전쟁·대공황 등 위기에는 정신질환이 있는 지도자가 외려 낫다.” 유명 지도자 8명을 각각 분석한 ‘평전(評傳)세트’이기도 한 이 책은 처칠·케네디는 물론 에이브러햄 링컨·마하트마 간디·마틴 루터 킹 목사·프랭클린 D 루스벨트 등을
차례로 등장시킨다.
이들은 모두 ‘비정상적이지만, 성공한’리더다. 논리 비약이 아니다. 우울증·기분장애 등을 가진 지도자들(처칠·링컨)은 위기 때 현실 파악능력이 높다. 공감 능력도 크다(간디 등). 창의적 아이디어와 역경을 헤치는 힘도 강하다. 그게 ‘비정상적이지만, 성공한’ 많지 않은 지도자의 4대 특징이다.
반면 ‘정상이지만, 평범한’ 리더는 매우 많다. 이 책에는 리처드 닉슨·조지 W 부시·토니 블레어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일단위기 때 대처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호모클라이트(homoclite) 즉 ‘일반적 통념에 충실한’ 그들은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좋은 양치기 노릇을 해낸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광기와 천재 사이의 상관관계를 넘어 광기와 리더십에 접근한 신간은 역사적 인물을 무결점·무오류의 인물로 보려는 우리의 오랜 관행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런 영웅주의적 통념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이렇다. “우리는 대통령이 온건하고 중도적이길 바란다. 정신적으로 훨씬 더 그렇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의 위대한 대통령들에게 정신적 온건은 해당사항이 아니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까지 지워주는 효과가 있는 『광기의 리더십』은 좋은 책일까. 좋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이 책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메시지가 있다. 각 지도자들의 항우울제 알약(암페타민) 복용 등 실증적 자료를 동원하기 때문에 신뢰성도 크다.
이 분야 책으론 『링컨의 우울증』(조슈아울프 솅크 지음)과 함께 읽을 만하다. 내용도 닮았다. 링컨의 위대함은 우울증에서 비롯되었다는 역설적 주장을 펼쳤는데, 기억해둬야 할 책은 따로 있다. 『보이는 어둠』(문학동네)이다. 영화 ‘소피의 선택’의 원작자이며, 미국문학의 큰 이름인 윌리엄 스타이런의 생생한 경험담과 통찰이 빛난다. 참고로 이들 세 종류의 책에 등장하는 광기, 정신질환은 말그대로 제정신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울증 내지 기분 장애를 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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