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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일부다처제’ 외교 정치 편집부 2022-08-1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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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3일 남부 수마뜨라의 바뚜라자(Baturaja)에서 벌어진 2022년 수퍼 가루다 쉴드 합동군사훈련 개막을 알리는 안디까 뻐르까사 인도네시아 통합군 사령관과 찰스 플린 미군태평양 사령관. (안따라/US Army)
 
*이 글은 자카르타포스트의 Kornelius Purba 수석편집자가 대중국 및 대미국 인도네시아의 외교에 대해 쓴 8일자 기사입니다.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은 부유하고 관대하지만 질투심 많은 두 명의 부인을 잘 거느리고 사는 일부다처제 사회를 사는 남편의 지혜로운 생존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관건은 그 남편이 두 아내를 위해 충분한 체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다처제 규범에서 두 아내를 잘 다루는 남편의 지혜를 터득하지 못하면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싸움에 끼여 애꿎은 새우 등만 터질 지 모른다.
 
물론 사람들은 농담이라고 이런 말을 하지만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이 말 속에 담긴 교훈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실제 국제관계에서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도 무시할 수 없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국익을 생각한다면 이들 두 나라 중 어느 한 쪽과 군사동맹을 맺는 것은 절대 피해야만 할 금기다. 하지만 이들 두 나라의 압박이 점점 더 강해지는 상황에서 자유롭고 능동적인 외교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모든 아세안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역시 세계 두 번째 경제강국인 중국과 거래하는 것이 더 수지 맞는 장사지만 동시에 미국이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도 해당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는, 일종의 믿을 만한 보험과도 같다. 어떤 이들에겐 중국이 유쾌하고 신뢰감 가는 이웃일지 몰라도 또 다른 이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확고한 안보를 제공할 태세지만 공짜가 없는 세상에서 미국이 그런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리 없다. 오늘날의 미국은 20년 전만큼 강력하지도 않고 오히려 중국이 조만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이러한 중국에 맞서 중국을 도발하지 않으면서도 권역 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보다 긴밀한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마뜨라와 깔리만딴에서 미군과 함께 사상 최대의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고 여기엔 싱가포르와 일본, 호주가 군대를 보내 훈련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다수의 다른 나라들도 옵저버를 보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미국의 가루다 쉴드 합동군사훈련이 권역 내 안보와 안정을 저해한다며 작년부터 반대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훈련이 벌어진 지금 별다른 반대성명을 내지 않는 이유는 당장 당면한 대만 이슈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위장이 대만을 방문한 직후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고 벌이는 무력시위는 누가 봐도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면 절대 가만 두지 않겠다고 조 바이든 미대통령과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보내는 진지한 경고다.
 
대만 앞바다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군사기동훈련은 중국 자국민들에게 대만을 포함해 중국 영토를 침탈하려는 외국군의 어떠한 시도도 정부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로서는 중국의 이런 어마어마한 무력시위가 언젠가 자기들을 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 달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동아시아 3개국 순방을 통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일본 기시다 총리,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수퍼 가루다 쉴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조코위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일본 기시다 총리는 보란 듯이 인도네시아가 해당 훈련에 일본을 초청해 준 것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이는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반중국 대열에 선 것처럼 국제사회에 기정사실화 하려는 포석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안디까 뻐르까사 인도네시아 통합군 사령관은 인도네시아가 2012년과 2013년 중국과도 두 차례의 합동군사훈련을 가졌으며 앞으로도 중국과 상호 군사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안디까 사령관은 태평양 미군사령관 찰스 플린 대장과 함께 남부 수마뜨라 바뚜라자 육군훈련소에서 14일 간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면서 여러 상황과 환경 속에서 이와 같은 훈련을 이미 16차례나 실시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이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이번 합동군사훈련의 목적이 권역 내 각국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협력 태세를 강화하고 군사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있다면서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합동군사훈련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2012년과 2013년 있었던 중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이 이후 지속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디까 사령관은 아마도 그것이 중국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처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당연히 합동군사훈련의 목적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강대국과의 비공식적, 상징적 동맹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군사동맹의 중요성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시작되어 목하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모든 국가들이 얻게 된 교훈이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를 망라한 5,000명의 군 병력이 동원되는 가루다 쉴드 합동군사훈련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고 미군 외에 다른 국가 군대들이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 합동군사훈련은 바뚜라자뿐만 아니라 남부 수마뜨라 빨렘방 소재 술탄 마흐무드 바다루딘 공항과 리아우 제도의 다보 싱껩 해병대 훈련소, 동부 깔리만딴의 암보라왕 군사훈련소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2014년 3월에 있었던 코모도 다국적 해군 합동훈련에 120명의 해군병력을 보내 미국, 인도, 한국, 러시아 등과 함께 참여한 전력이 있다. 당시 합동훈련은 자연재해나 인공재해에 대한 대응능력 제고를 목표로 하여 리아우 제도 주의 바탐, 나투나, 아남바스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고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한, 대체로 느슨한 쿼드(Quad) 군사동맹으로 인해 이미 짜증이 난 상태다. 여기에 미국, 호주, 영국이 오커스(AUKUS) 군사조약기구를 만들고 미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공여하면서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비록 쁘라보워 수비얀또 국방장관은 AUKUS 동맹 구축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로서는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다 필요하지만 그 중 어느 한 나라가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인도네시아를 압도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일부다처제 남편의 지혜를 발휘해 두 명의 부인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비축해야만 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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