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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재조명되는 인도네시아 ISBN 발급의 ‘비정상’ 문제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2-06-2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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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인도네시아가 201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ook Fair 2015)에 귀빈(guest of honor)으로 초청되는 영예를 얻은 후부터 이미 도서출판 정보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는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 데이터와 팩트(Industri Penerbitan Buku Indonesia: Dalam Data dan Fakta)라는 제목의 책을 두 개의 언어로 출간한 바 있고 인도네시아측 관련자들은 물론 국제기관들도 이 책을 참고하고 있는데 여기 기재된 바에 따르면 당시 인도네시아 도서시장에 출판되는 서적은 연간 3만 편, 매출액 기준으로는 14.1조 루피아(약 1조2,300억 원)에 이른다고 되어 있다.

물론 연간 3만 편이라는 출판도서 수량은 ISBN 기본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수치다. 그러다가 올해 4월 들어 ISBN에 대한 심각한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국제 ISBN 운영본부의 경고를 받게 되면서 수면 밑에 숨어 있던 관련 문제들이 모두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당하지 않은 ISBN 신청이 있었고 이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 ISBN 발급 주무기관인 국립도서관은 신간 도서 수천 편의 ISBN 발급 연기를 결정했다.
 
국립도서관은 국가 책의 날 다음날인 5월 18일 ISBN 신청과 관련한 최근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ISBN 서비스 공청회를 급조해 진행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제스쳐를 보였다.

이 문제에 대해 5월 15일에서 25일 사이 여러 매체에서 다수의 기사가 나왔지만 그나마 ISBN 발급의 근본문제에 접근한 것은 5월 16일자 꼼빠스닷컴 기사와 5월 25일자 더틱닷컴 기사였다.

꼼빠스닷컴에 따르면 ISBN 비정상발급의 문제는 2015년 이후 문해력이 더욱 중시되면서 교사나 교수들이 승진을 위한 필수조건을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저작물을 양산하는 현상과도 관계가 깊다. 출판사들의 기획과는 관계없이 교수나 교사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앞다퉈 자비로 저작물을 출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ISBN 발급량을 급증시킨 근본 원인 중 하나다. 교사, 교수들이 집필한 저작물 중 비교과서 도서들은 그 함량이 크게 떨어지는 것들이 많아 2019년에는 ISBN을 신청한 3,909편 중 31.77%만, 2020년에는 3,334편 중 24.18%만 ISBN이 발급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교수-교사 사회의 현상을 감안하면 ISBN을 받은 도서라고 해서 모두 양질의 도서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주무기관인 국립도서관은 사실 ISBN을 신청한 도서의 품질을 검증하는 권한도 제한적이고 그런 일을 수행할 인원이나 자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저작물들 중 상당수가 ISBN 번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도서들의 함량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대변한다. 또한 이번 ISBN 문제는 ISBN을 신청하는 기관, 단체, 출판사들의 책임도 크다는 점에서 그들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도서 그러나 마이너스 매출 성장
인도네시아 출판물은 코로나 팬데믹이 벌어진 2020년에 정점을 이루어 14만4,793편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긴 ISBN 런던 국제본부가 조사를 진행하면서 잠정적으로 인도네시아에 ISBN 발급을 중단시켰다. 런던 측은 인도네시아의 ISBN 발급상황을 ‘비정상적’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2억7,5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 일년에 14만 편이 좀 넘는 출판물이 나왔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어야 한다. 2014년 기준 중국은 44만 편 이상, 미국은 30만5,000편 이상, 영국은 18만4,000편이 출판되었다. 영국은 인구 6,700만 명의 나라인데 18만 편 이상의 도서출판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인구 비례로 계산해 영국이 인도네시아 정도의 인구였을 경우 70만 편 이상이 나온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니 인도네시아의 2020년 14만 편 출판은 양적으로 적은 축에 속한다.

국제 ISBN 운영본부가 지적한 ‘비정상’은 ISBN을 발급하지 말아야 할 도서에 ISBN을 발급해 주었다는 부분에 있고 이는 국립도서관도 확인, 인정했다. 비록 책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해도 ISBN 발급이 부적절한 것들은 정부기관보고서, 대학생 봉사활동보고서, 정책 브리핑이나 정기 세미나 진행 등을 위한 요약집, 동아리 사람들끼리만 보유하는 동인지, 배포처가 제한적인 기타 도서 등이다.

더욱 극명한 ‘비정상’은 인도네시아에서 출판된 책과 판매내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라메디아 서점의 2020년 판매기록을 기반한 IKAPI 데이터는 괄목할 만한 도서 판매량 감소를 보이고 있다.
 
2019년의 도서판매 성장율은 2018년의 7.38%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4.20%였다. 2020년 코로나가 인도네시아에 상륙하면서 1분기 -17.27%, 2분기 -72.47%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것에 힘입었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컸다.

2020년 인도네시아의 ISBN 발급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 판매량이 오히려 크게 줄었다는 것은 ISBN을 발급받은 도서들 상당량이 팔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판매하지도 않을 도서들에게 국립도서관이 규정을 위반해가며, 또는 출판사들의 신청내용을 자세히 검토하지 않고 ISBN을 남발했다는 의미가 된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1월 9일~13일 사이에 열릴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IIBF 2022) 기간 중에 제33회 국제출판인협회(IPA) 세계대회를 자카르타에서 동시 유치하면서 전세계 출판산업계 인사들을 상대로 인도네시아 도서산업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해야 하는데 이때 발표될 내용들은 ISBN 세계본부에 인도네시아가 14만 개 이상의 ISBN을 발급한 것이 정당했는지를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IKAPI나 국립도서관, 또는 교육문화연구개발부가 어떤 확인작업을 거쳐 어떻게 설명하며 어떤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을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더틱닷컴/배동선] 
 
*배동선 작가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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