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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정치적 저항의 상징이 된 인도네시아 거리예술 사회∙종교 편집부 2021-08-2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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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그랑 찌뽄도(Copondoh) 지역에 그려진 인도네시아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을 그린 벽화 (Antara/Fauzan)

조코 위도도 대통령 눈 위에 ‘404: not found’라는 캡션의 빨간 박스를 올려 놓았다가 당국에 의해 지워진 땅그랑시 바뿌쩨뻐르(Batuceper)의 벽화는 이제 점점 더 편협해지는 인도네시아 당국에서 정치적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이 거리벽화는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일각에서 ‘국가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을 모독한 혐의로 벽화에는 검정 페인트가 덧씌워지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화가는 경찰에 쫓기고 있다. 이 사건은 온라인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불러 일으켰고 ‘404: not found’라는 문구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국민적 슬로건이 되었다.

한편 그 반동으로 당국은 같은 이미지를 T셔츠에 적용하여 팔려고 한 한 시민을 전격 체포하면서 공공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해당 벽화의 조코위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를 홍보하기 위해 해당 디자인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던 동부자바 뚜반(Tuban) 소재의 29세 남성은 체포된 후 사이버수사대에게 심문을 받았다.

그가 벽화 디자인을 사용해 티셔츠를 만들어 팔려던 행위를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영상이 한 사이버경찰관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되어 전국에 퍼져 나갔다. “벽화나 티셔츠에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인으로서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투영하는 것이 아니다.” @M1_nusaputra라는 트위터계정을 가진 사람이 동영상과 함께 이런 문구를 게재했다.
 
특히 ‘우린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 문구는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의 두려움과 비난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팬데믹이 야기한 분노
바뚜 쩨뻐르의 거리벽화 외에도 조코위 정부가 코로나 위기대처에 있어 부족한 부분들을 애써 감추려 하는 와중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다가 갑자기 검열당해 지워진 유일한 벽화들은 여럿 있다.

땅그랑 지역의 또 다른 곳에 “하나님, 배가 고파요!”(Tuhan aku lapar)라는 문구의 벽화와 “진정한 전염병은 바로 굶주림” (Wabah sesunguhnya adalah kelaparan)이란 문구의 또 다른 벽화도 삿뽈 뻬뻬(Satpol PP)로 알려진 공공질서집행단에 의해 다른 색으로 덧씌워 지워졌다.

동부자바 빠수루안 지역에서도 ‘병든 나라에서 억지로 건강하기’(Dipaksa sehat di negara sakit)란 문구의 벽화가 현지 당국에 의해 지워졌다.

팬데믹은 조코위 대통령의 인기도 끌어내렸는데 델타 변이 주도의 2차 대확산 직전에 그의 지지도는 이미 60% 아래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후 조코위 대통령은 수천 명이 코로나로 인해 속절없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전국적 활동제한조치를 여러 차례 연장하면서 추가적인 인기하락을 겪었다.

최근 나타난 거리의 벽화들은 정부가 PPKM 사회활동제한조치를 수 차례 연장하면서도 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해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진정한 감염병은 굶주림’이라는 땅그랑 찔레둑(Ciledug) 지역의 거리 낙서.
이 역시 당국이 지워버렸다. (Courtesy of/Instagram)

비판받는 비판
정부는 대통령이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이 예의 바르게 표출되는 한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고 대통령을 옹호했다. 인도네시아 문화가 적절히 투영되었다면 무례한 비판이 나올 리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거리벽화 화가들을 무례하고 문화적이지도 못한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물도코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8일(수) 비판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16일(월) MPR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몇몇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한 피드백을 주는 국민들에게 감사하며 계속해서 민주적 문화를 만들어 가지고 촉구했다. 일견 벽화를 통한 비난도 수용하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물도코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국민들의 부모와 같으므로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왕조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인도네시아 통합군사령관까지 했던 것이다.
 
그는 비판과 중상의 경계가 이미 사라져 버린 작금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시민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파국을 가져올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나라입니까? 잘못하고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만인가요? 그리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물도코 비서실장은 정부가 비판가들을 추적하여 찾아내려는 것은 그들을 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시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정부가 최근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보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분명 잡히면 가만 안두겠다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보호받아 마땅한 권리
분석가들과 활동가들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반대그룹과 비평가들에게 자주 편협하고 편향된 조치를 취해 인도네시아 민주주의가 줄곧 위축되어 가고 있으며 이번 비판적 거리예술에 대한 정부가 전쟁을 선포한 듯한 작금의 상황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최저점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의 위리야 아디웨나 이사는 인도네시아의 지나친 과민반응을 비판하면서 거리의 벽화란 국제법은 물론 인도네시아 국내법으로도 보호받도록 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위디아는 지난 월요일 조코위 대통령이 정부에 대한 비판도 시민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얘기했지만 만약 그게 진심이라면 일선 법집행기관과 경찰들에게 해당 취지를 충분히 이해시켜야만 하며,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의 연설은 그저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형사범으로 구속하진 않았다고 해도 개인의 의견을 평화적으로 표현한 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강요하며 망신을 준 것은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 진솔한 비판의견을 전하는 것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Komnas HAM)의 베카 울룽 합사라 감사는 지난 18일(수) 법집행기관이 낙서 자체가 거짓정보나 혐오발언을 담은 것도 아니고 종족, 종교, 인종, 사회단체를 비난하는 SARA 조항을 어긴 것도 아니므로 애당초 이 낙서들을 지울 이유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가 벽화를 지우는 행위와 벽화화가 추적을 당장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건 다 되도 조코위 대통령만 안되는 벽화

경쟁 공간
멜번 대학교의 에드윈 유리엔스 교수는 인도네시아 거리낙서가 식민지시대부터 정치적 사안과 연계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낙서를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게임의 법칙 상 낙서란 유효기간이 짧은 매체라는 것이다.

낙서란 중요한 사상이나 감정, 사회비판을 담곤 하지만 영속하진 못한다. 대개는 자연적으로 쇄락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다른 화가들이 그 위에 덧씌워 다른 그림을 그리거나 상품광고로 변하거나 때로는 그냥 지워지기도 한다.
 
따라서 조코위 대통령을 그린 낙서가 부정적인 처우를 받게 되는 것 역시 전체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나쁘진 않은 것이다. 벽화를 지우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벽화란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며 벽화 한 개가 전체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므로 한 장소의 벽화는 불가피하게 짧은 수명을 누리며 계속 교체되거나 사라지는 것이라고 유리엔스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벽화 검열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화가를 개별적으로 검거대상으로 삼는 것, 표현의 자유를 투영한 창작품들에 대한 정부 반응이란 것이 일단 검열부터 시작하는 것 등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입니다.”[자카르타포스트/번역제공:배동선(‘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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