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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찌아찌아어 한글수업 코로나에도 인기…"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0-10-0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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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남부톤군 맘불루 초등학교 학생들과 정덕영 교사[정덕영씨 제공=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부톤섬 초교 3곳→4곳 수업 확대…온·오프라인
 
인도네시아 동남 술라웨시주 부톤섬에서 찌아찌아어를 한글교재로 가르치는 초등학교가 지난해 3곳에서 올해 4곳으로 확대됐다.
 
11년째 찌아찌아어 한글 수업을 이어온 정덕영(59) 선생님과 현지인 보조 교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교육 여건이 어렵지만, 온·오프라인 수업을 섞어 한글 나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 선생님은 574돌 한글날인 9일 "코로나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반을 나누기도 하고, 온라인 수업도 하고,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래야 코로나가 지나가면 원활하게 수업할 수 있다"고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근황을 전했다.
 
부톤섬에서 한글교재로 주 1회 찌아찌아어 수업을 받는 초등학교는 기존 3곳에서 올해 8월부터 4곳으로 늘었다.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도 기존 고등학교 2곳에 중학교 1곳이 추가됐다.
 
정 선생님은 "남부톤군의 맘불루 초등학교와 삼뽈라와 중학교에서도 올해 초 교육을 요청해 왔지만, 코로나 때문에 미루다 8월부터 수업을 시작했다"며 "해당 학교가 있는 지역은 코로나 '그린존'이라서 대면 수업이 다행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한 반에 30∼40명을 한꺼번에 가르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학생들 거리를 유지해야 해서 반을 나눠 가르치느라 5시간 연속 강의하는 날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스크를 써야 해서 서로 입 모양을 확인할 수 없는 답답함도 있고, 온라인 수업시 인터넷 연결이 느린 문제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선생님과 3명의 인도네시아인 보조 교사들은 찌아찌아어 한글수업과 한국어 수업을 학교 소재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진행한다.
 
가령,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 '레드존'으로 지정된 소라올리오 마을 초등학교 2곳은 아이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찌아찌아어 수업을 쉬는 중이다.
 
정 선생님은 "팬데믹이니 환경과 공동체가 허락하는 한도에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언제든지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교사 투입을 늘릴 수 있도록 현지인 교사 양성 온·오프라인 수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찌아찌아어 한글표기는 우리나라의 '한글 수출' 1호 사례로 꼽힌다.
1만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본래 사용 언어가 700개에 이르렀지만, 로마자로 표기하는 인도네시아어를 공용어로 지정한 뒤 소수 민족 언어가 계속 사라지고 있다.
 
찌아찌아족도 독자적 언어는 있지만, 표기법이 없어 고유어를 잃을 처지였다.
찌아찌아족은 부톤섬 인구 50만여명 가운데 7만여명을 차지하며 이들은 바우바우시의 소라올리오 마을, 빠사르와조군, 남부톤군에 모여 살고 있다.
 
바우바우시는 지난 2009년 훈민정음학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2010년 3월 처음 부톤섬에 파견된 정 선생님은 훈민정음학회, 세종학당 파견을 거쳐 현재까지 부톤섬에 남아 11년째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3월 정 선생님과 지인들이 설립한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에서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 등으로 본인 체재비와 현지 교육에 관한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찌아찌아족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모두 인도네시아어로 수업을 받는다.
다만, 찌아찌아어를 영원히 잊지 않도록 주 1회 한글로 배우는 것이다.
 
예컨대 '안녕하세요?'를 인도네시아어로 쓰면 'Apa kabar?'이지만, 찌아찌아어로 쓰면 '마엠 빠에 을렐레?'가 된다.
 
찌아찌아어로 수박은 '포토', 고추는 '사하'라고 한글로 적는다.
 
지난해 한글날을 앞두고 부톤섬을 찾아간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소라올리오 마을 찌아찌아족 라네아니(78) 족장은 "우리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통해 찌아찌아 말을 표현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강조했다.
 
정 선생님은 최근 방학을 맞아 한국에 다녀왔다.
아흔이 넘은 아버지와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꼭 네가 지금 가야 하느냐.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가는 게 어떻겠냐"고 붙잡았다.
 
하지만, 그는 "부톤섬에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고,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어요"라며 인도네시아로 돌아왔다.
 
과거 정 선생님은 20년간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퇴직 후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사로 변신했다.
그는 2006년 7월 KBS '우리말겨루기'에 출전해 우승했고, 고려대에서 한국어 교육 석사학위를 받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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