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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잘란 잘란] 마스크 쓴 채 기도하고, 소 잡고…달라진 희생제 풍경 사회∙종교 편집부 2020-08-0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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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 아드하…코로나로 규모 줄어도 마음 같아
 
 
네 다리가 묶여 바닥에 눕혀진 소는 마지막 순간을 직감한 듯 '힝, 힝' 거친 콧소리만 낼뿐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목을 내줬다.
 
30년 동안 도축 일을 했다는 인도네시아인 자이누딘(55)씨는 만다우(Mandau)라는 전통 칼로 350㎏짜리 소의 목숨을 망설임 없이 끊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슬람 신자들은 최대 명절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맞았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소와 양, 염소를 잡아 이웃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찾아간 곳은 골카르당 중소기업발전협의회(Soksi·속시)가 자카르타 본부에서 개최한 행사장이었다.
 
아흐마디 누르수피 속시 의장은 "예년에는 1천200명 정도를 초청해 희생제 행사를 즐기고, 고기를 나눴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이웃 대표 50명만 초청했다"며 "행사 규모는 줄었지만, 이웃과 행복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속시 고문 보비 수하르디아씨도 "무슬림은 희생제를 통해 가난한 이들과 상생 공존하는 정신을 실천한다"며 "작은 나눔이지만, 이를 통해 코로나로 특히 어려운 사람들이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손 씻을 간이 세면대가 설치됐고, 참석자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스크를 썼다.
 
이날 준비된 제물은 소 세 마리와 염소 두 마리였다. 350㎏짜리 소 한 마리의 가격은 2천500만 루피아(205만원).
 
희생제는 아브라함이 아들을 희생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행에 옮기려 하자 하나님이 이를 멈추게 하고 양을 대신 제물로 바치도록 허락했다는 코란 내용에서 유래한다.
 
무슬림에게 양 한 마리는 한 사람 몫의 죄를, 가격이 훨씬 비싼 낙타와 소는 일곱 사람 몫의 죄를 대신한다고 여겨진다.
 
이웃·빈민 대표 50명을 포함해 150명 정도가 오전 11시 행사장에 모두 모이자 이슬람 지도자가 먼저 예배를 집도했다.
 
이어 참석자들이 "비쓰밀라 알라후 아크바르"(알라의 이름으로,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를 반복해서 말하는 동안 도축 전문가 자이누딘의 지시에 따라 직원 10여명이 소의 네 발을 끈으로 묶고 미리 땅에 구멍을 파둔 곳에 목 부분을 맞춰 소를 눕혔다.
 
도축업자 자이누딘이 전통 칼로 소의 목을 자르자 직원들이 수도꼭지와 연결한 호스를 들고 목 부위에 계속 물을 뿌려 핏물을 모두 빼냈다.
 
5분쯤 지나자 소는 마지막으로 경련을 일으킨 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도축 장면을 여러 번 많이 봤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자이누딘은 "도축장 옆에 살아서 열다섯 살 때부터 도축 일을 했다. 희생제 기간에는 통상 50마리 이상 소·양·염소를 잡는다"며 "고통 없이 도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략 몇 마리를 도축했느냐'는 질문에 자이누딘은 "셀 수 없다. 다 기억할 수 없다"며 손을 휘휘 저었다.
 
첫 번째 소를 잡고 난 뒤 참석자들은 삼삼오오 차를 마시러 가거나 집으로 돌아갔다.
 
소 세 마리와 염소 두 마리를 모두 도축하고, 1천여명 몫으로 고기를 잘라 비닐봉지에 담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봉지에 담은 고기는 같은 날 오후 4시부터 이웃·빈민 대표를 통해 가가호호 전달됐다.
 
본래 제물로 도축한 고기의 3분의 1은 가축을 산 사람이나 가족이 갖고, 3분의 1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나머지 3분의 1은 이웃에 나누어주는 게 원칙이다.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는 라마단 종료 기념을 축하하는 이드 알 피트르(르바란)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양대 명절이다.
 
안선근 국립이슬람대학(UIN) 교수는 "인도네시아에서 르바란은 한국의 구정 설 같고, 희생제는 추석 같다"며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자선의 의무(자카트)를 희생제 때 실천하면 평소보다 수십 배의 복을 받는다고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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