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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에서 겪는 넷플릭스의 시련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0-01-1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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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도네시아 접속화면 캡쳐

지난 일요일 밤 인도네시아 국영 통신회사 텔콤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넷플릭스에 접속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포스팅이 소셜미디어에 여럿 등장하자 현지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인터넷을 통해 넷플릭스에 접속했다는 게 뭐 그리 대수일까 싶지만 그게 뉴스가 되는 이유는 2016년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이 해외자본에 전면 개방되면서 가장 먼저 진출한 넷플릭스를 텔콤이 모든 자사 서비스로부터 차단했기 때문이다.
 
텔콤그룹은 이동통신 텔콤셀과 인터넷서비스 인디홈 및 공용핫스팟 서비스Wifi.id를 가진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사로 2019년 중반 텔콤셀은 1억 6,780만 명, 인디홈은 65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다. 서비스 차단 이유는 넷플릭스가 영상검열을 거치지 않는 등 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현지 규정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국제적 스트리밍 업체의 컨텐츠를 현지 소재 영화검열위원회(LSF)가 가위질하겠다는 발상의 고루함 이전에 정부부처도 아닌 국영기업이 직접 해당 산업의 대표적 해외기업을 서비스 차단으로 제재하는 것이 분명 과도해 보인다.
 
이 사건은 당시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이 막 열려 현지 진출과 투자를 계획하던 해외기업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넷플릭스 이후 앞다투어 진출한 후크(HOOQ), 캐치플레이(Catchplay), 아이플릭스(iflix), 뷰(VIU) 등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사업자들은 미리 겁먹고 자진해 텔콤 서비스의 하위 메뉴로 라인업 했다.
 
넷플릭스도 자존심을 꺾고 잠시 텔콤 인디홈 하위 메뉴로 편입했지만 2017년 7월 다시 퇴출되었고 2016년말 인도네시아 시장진입을 시도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컨텐츠 검열규정을 이유로 서비스를 차단당해 넷플릭스와 같은 운명을 걷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하되는 상영관산업, 현지 제작사들과의 유기적 합작과 투자가 동반되는 영화제작산업과 달리 별다른 대형 투자 없이 온라인 플랫폼에 축적된 컨텐츠만 올려놓으면 어떤 식으로든 매출이 발생하는 온라인 영화시장에서 텔콤을 앞세운 인도네시아의 외국기업 길들이기는 매우 노골적이고 관할 부처의 암묵적 동의를 전제로 했을 개연성이 짙다.
 
일요일 밤 넷플릭스 접속사례 포스팅이 있자 국영 텔콤 기업통신담당 부사장 아리프 쁘라보워는 월요일 일간 콤빠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를 차단결정엔 변함이 없으며 현재 자체 네트워크 전반의 통합 점검이 진행 중이라 밝혔다. 텔콤 서비스를 통해 넷플릭스가 접속된 유사한 상황이 작년 1월에도 벌어진 바 있다.
 
정보통신부장관 조니 G 쁠라테는 1월 6일 정부청사에서 텔콤이 넷플릭스를 차단한 것이 아니라 두 회사 사이의 비지니스 관련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텔콤을 두둔했다.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보다 인도네시아의 창작물들을 우선 상영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도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사용해 현지 창의적 토양과 영화산업에 기여해 줄 것을 넷플릭스에 촉구했다.
 
넷플릭스 동남아시아 기업통신부문 본부장 리 웡은 아직 텔콤과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지만 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는 최근 현지 대본작가 양성을 위해 넷플릭스와 1백만 불짜리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가 넷플릭스 길들이기에 성공해 가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에서 넷플릭스의 시련은 아직 좀 더 지속될 전망이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배동선 번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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