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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적도까지 끌려온 조선 소녀들…인니 위안부처소의 참담함 사회∙종교 편집부 2019-08-0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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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바라와 성 44칸의 위안부 처소 건물
 
 
암바라와 성 인근 44칸 남아…쓰레기 가득·화장실로 사용
 
"일본 영향으로 언제 밀릴지 몰라…아픈 역사도 보존해야"
 
 
쓰레기로 가득 차다 못해 화장실로 변해버린 위안부 처소를 직접 바라보니 참담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1942년 일본군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조선의 10대 소녀들을 거짓말로 꾀거나 가족을 협박해 데려온 곳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 넘게 떨어진 스마랑이다.
 
7일(현지시간) 스마랑 공항에서 차를 타고 40㎞ 떨어진 암바라와 성에 도착하니 성문 앞에 다 쓰러져가는 건물 3개 동이 보였다.
 
이곳이 바로 조선의 소녀들이 하루 30∼50명의 일본군에 짓밟혔던 위안부 처소다.
 
해당 건물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화장실'이라는 표지에 먼저 놀랐고, 작은 방마다 가득 찬 쓰레기에 재차 놀랐다.
 
암바라와 성은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배하던 1834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조한 곳인데, 일본이 1942년 점령하면서 포로수용소 겸 군부대로 썼다.
 
일본군은 암바라와 성 바로 앞 7m 거리에 44칸의 축사 같은 건물을 지어 위안부 처소로 썼다.
 
현재는 44칸 중 일부는 네덜란드 등에서 암바라와 성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 화장실로 개조했고, 일부는 창고로 쓰거나 거위 등 가축을 키우는 곳으로 쓰고 있다.
 
그나마 위안부 처소 시절 모습이 원형대로 남아있는 방도 쓰레기로 가득 차 있긴 마찬가지다.
 
가로·세로 3.5m, 2.5m 남짓한 방의 끝은 돌로 만든 침대이고, 복도 쪽 창문은 밖에서만 열 수 있다.
 
스마랑의 한국 위안부·독립열사 알리기에 앞장서 온 이태복 사산문화연구원장은 "위안부 처소 건물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다 보니, 아무나 살다가 떠나는 그런 곳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이곳은 언제 소리소문없이 밀릴지 모른다"며 "가슴 아픈 역사지만, 그래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존해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방안을 천천히 살펴보니 벽에 '소녀시대'라는 낙서가 있었다.
 
이 원장은 "저 낙서는 암바라와 성에 위안부 처소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알고 찾아오기 전부터 있었다"며 "옆에 적힌 글자를 보면 일본인이 낙서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국가보훈처가 스마랑 지역을 방문, 고려독립청년당 사료를 수집해 서훈 자료로 쓰고 암바라와 성의 위안부처소도 기록으로 남겼지만, 현장 보존을 위한 활동은 전혀 없다.
 
인도네시아에도 한국인 위안부가 끌려왔다는 사실은 고(故) 정서운 할머니의 육성이 공개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정 할머니는 육성녹음에서 "일본 공장, 샌닌바리 만드는 공장. 그 공장에 가서 한 2년 내지 2년 반만 고생하고 나오면 된다고 했다"며 "스마랑 거기를 13명이 갔다. 그때야 여기가 일본이 아니고 먼 나라 다 하는 걸 알았지"라고 말했다.
 
1942년 8월 부산항에서 한국인 위안부 150명과 포로감시원 3천명을 태운 배가 출항, 동남아 국가에 차례로 내려주고 26일 만인 9월 14일 자카르타 딴중쁘리옥항에 도착했다.
 
위안부 23명과 포로감시원 1천400명이 적도의 땅, 인도네시아를 밟은 것이다.
 
이 중 암바라와 성으로 끌려온 위안부 13명 가운데 3명은 광복 전에 죽고 3명은 광복 직후 방공호에서 사살당했다.
 
정서운 할머니는 한국으로 돌아와 2004년 숨지기 전 위안부 시절의 아픈 기억을 육성으로 남겼고, 나머지 6명은 행방을 알 수 없다.
 
이날 암바라와 성을 돌아보는 동안 간간이 인도네시아 현지인 관광객을 만났지만, 그들은 성 밖의 다 쓰러져 가는 건물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화장실로 쓰이는 그 건물에 한국인의, 조선 소녀들의 어떤 아픔이 서려 있는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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