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 묘지서 십자가 또 훼손…여성 술탄 논란 영향? > 정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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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족자카르타 묘지서 십자가 또 훼손…여성 술탄 논란 영향? 사건∙사고 편집부 2019-04-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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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족자카르타에서 공동묘지의 십자가를 뽑아 불태우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종교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족자카르타특별 주의 술탄(이슬람 제정일치 군주)이 자신의 딸을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여성 술탄'의 탄생이 임박한 것이 근본주의 성향의 무슬림들을 자극한 결과다.
 
10일 일간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족자카르타특별 주 슬레만(Sleman) 군(郡)의 한 기독교 계열 병원 묘지에선 이달 초 무덤의 십자가 11개가 뽑혀 불태워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십자가를 훼손한 인물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지 경찰은 보수성향 무슬림 단체 회원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족자카르타는 인구의 82.3%를 차지하는 무슬림과 가톨릭(10.7%), 기독교인(6.5%) 등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문화와 종교의 용광로란 평가를 받지만, 최근 들어 소수종교를 탄압하려는 무슬림 과격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족자카르타의 술탄 하멩꾸 부워노(Hamengku Buwono, 이하 HB) 10세가 2015년 맏딸 구스띠 깐증 라뚜(Gusti Kanjeng Ratu, 이하 GKR)에게 '망꾸부미(땅을 지키는 자:Mangkubumi)'라는 칭호를 수여해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 무슬림 과격파가 준동할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아들이 없는 하멩꾸 부워노 10세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던 형제들이 자바 왕궁의 전통상 여성은 술탄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족자카르타 지역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로서의 술탄의 권위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가자 마다 대학(UGM) 소속 사회학자 나집 아자는 "모든 집단을 대변하는 지도자로 여겨지지 않게 되면서 술탄의 영향력이 약화했다"면서 이달 17일로 예정된 총·대선을 앞두고 무슬림 과격파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진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족자카르타에서는 작년에도 6차례 이상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나집은 족자카르타특별 주 정부가 이런 종교 갈등 조장 행위가 물의를 빚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이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스따라 연구소의 할릴리 하산 연구원은 "무슬림 과격파는 이단 종파와 기독교인, 공산주의 등을 이슬람의 적으로 선전함으로써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족자카르타 반뚤(Bantul) 군의 한 마을에선 비(非)무슬림은 거주하거나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는 마을규칙을 근거로 기독교인들에게 집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멩꾸 부워노 10세는 이와 관련해 모든 산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차별적 성격을 지닌 규정과 관행 등이 있는지 점검할 것을 지시하는 주지사령을 내리는 등 갈등 확산을 막으려 노력 중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도네시아에는 여러 곳의 술탄 통치지역이 존재하지만, 정치적 실권을 쥐고 있는 술탄은 족자카르타하멩꾸 부워노 1세가 유일하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족자카르타 술탄국이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을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족자카르타를 특별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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