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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분유도 못 사"…인니 국영보험 지급불능 사태에 가입자 '눈물' 사건∙사고 편집부 2019-03-1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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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로 거의 반 년간 원금 지급 안 돼…피해 급증
보험사 지와스라야 "정상화 방안 적극 이행…2분기내 원금 지급 개시"
 
 
"분유는 물론이고 생필품조차 사기 힘듭니다. 제발 제 돈을 돌려주세요."
 
5개월 전 첫 아이를 출산한 인도네시아인 여성 미따(27)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호소했다.
 
현지 한인기업에서 일하던 그는 오랫동안 염원하던 아기를 갖기로 하고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영 보험사 아수란시 지와스라야의 저축성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일반 예금보다 이자율이 높기 때문에 출산 후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조금이나마 가계 부담이 덜어질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출산일이 다가왔을 때 미따와 가족들은 빈털터리로 아기를 맞이해야 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와스라야가 원금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따는 "못 받은 돈은 5천만 루피아(약 400만원)다. 내겐 정말로 큰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남편의 월급은 800만 루피아(약 64만원)에 불과하다"면서 "아기를 낳을 때를 위해 모아 놓은 돈이었기에 재정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문제의 상품을 판매한 직원이 위험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따는 "돈을 예금 하려는데 가입 권유를 받았다"면서 "JS 프로텍시 플랜이란 상품이 있는데 예금형태이고 5년간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밖엔 아무런 설명도 안 해줬다. 나중에 지급이 거절됐을 때에야 이게 투자 상품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미따와 마찬가지로 이 상품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내·외국인은 1만7천여명에 달한다.
 
지와스라야는 2013년부터 7개 시중은행을 통해 방카슈랑스 방식으로 JS 프로텍시 플랜을 판매했다. 이 상품은 금리가 연 6∼9%로 예금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지와스라야가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높였다가 심각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지와스라야는 2017년 기준으로 뮤추얼 펀드와 주식에만 25조8천억 루피아(약 2조원)를 투자했다. 이는 전체 투자액의 61%에 해당한다.
 
지와스라야는 2017년 재정보고서에서 이를 통해 2조4천억 루피아(약 1천9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보고했지만, 작년 초 취임한 새 경영진이 회계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감사를 의뢰한 결과 실제 순이익은 3천600억 루피아(약 28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지와스라야는 작년 10월부터 JS 프로텍시 플랜 가입자들에게 만기가 도래해도 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비싸게 산 뒤 싸게 팔아 국익을 해쳤다는 비판을 우려한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주식매각을 통한 원금 지급을 꺼린 데다, 투자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은 즉각적인 현금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지와스라야는 당분간 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구조조정과 다른 공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추가 유동성을 공급받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대 피해자는 일반 가입자들이다. 5개월 넘게 원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자녀의 결혼이나 주택 구매 등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 가입자들은 매우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한국 교민의 피해도 큰 편이다. 교민사회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해당 상품에 가입한 이는 한국인 470여명과 현지인 1천100여명 등 1천600여명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한국인이 약 420억원, 현지인이 약 1천150억원가량이다. 이중 상당수는 이미 만기가 도래해 피해가 확정됐다. 18일 현재 지와스라야 사태 관련 교민 단체 채팅방에는 240여명이 들어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교민 일부는 예금이나 적금 등으로 안내받아 JS 프로텍시 플랜에 가입하게 됐다면서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역시 이 상품에 가입했다가 거의 전 재산이 묶였다는 인도네시아인 사업가는 "하나은행을 통한 가입자 중엔 인도네시아인도 많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국이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에도 누를 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다른 은행을 통해 가입한 고객들도 일부는 같은 문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은 예금 등으로 오인돼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최근 대형 생명보험사 3곳에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JS 프로텍시 플랜을 위탁판매했던 시중 은행들은 지금껏 고객들과 쌓아왔던 신뢰가 무너질 상황에 놓이자 냉가슴을 앓고 있다.
 
KEB하나은행 현지 법인은 사태 초반 무이자 대출로 고객들의 피해를 막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하나은행은 급전이 필요한 고객에게 긴급자금 지원을 하는 한편 지와스라야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부를 접촉해 신속한 원금 지급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 의혹에 대해선 전체가 아닌 일부 사례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개별 고객에게 판매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면 최선을 다해 고객의 불편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와스라야 측은 지난달 초 현지 한국대사관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늦어도 4월 초에는 자산실사가 끝날 예정이며 투자자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분기 이내에 순차적인 지급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와스라야의 헥사나 뜨리 사송꼬 대표는 "보험 원금 및 이자 지급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이는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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