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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월 30만원 받고 매일 120개 트윗” 주지사 선거 뒤흔든 ‘가짜뉴스’ 공작단 정치 편집부 2018-07-2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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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선거서 ‘사이버 혈전’ 
“상대측 음해에 대응” 내년 대선 앞두고 관리 비상
 
지난해 실시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는 유례없이 혼탁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 주지사와 이에 맞선 야당 후보 지지자들 간에 음해와 흑색 공격이 난무했다. 중국계 기독교도인 아혹 주지사는 무슬림 유권자들로부터 코란(이슬람 경전) 모독 논란에 시달리다 결선에서 큰 표 차로 졌다. 아혹은 선거 후 신성모독 혐의가 확정돼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됐다. 
  
반전은 이후에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경찰은 아혹을 둘러싼 논란에 ‘가짜뉴스’ 전문 생산업자들이 연루됐음을 적발했다. '사라센'(Saracen)이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2015년부터 자체 뉴스포털과 페이스북 그룹 기능 등을 이용해 특정인과 단체, 경찰 등 공공기관을 겨냥한 가짜뉴스와 증오 발언을 확산시켜왔다. 이들은 주지사 선거 기간에 80만개에 달하는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아혹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퍼뜨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센은 고객 주문에 따라 뉴스를 제작하고 대가를 챙겼는데 아혹에 대한 공작을 의뢰한 고객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다시 반전. 한때 지지율 60%에서 인종·종교 논란 끝에 20%대로 추락했던 아혹 측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당시 가짜뉴스 공장이 아혹 반대파뿐 아니라 지지그룹 측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다수의 가짜계정을 운영하며 아혹을 지원하고 상대 후보를 음해하는 포스팅을 집중 생산·전파했다. 가짜뉴스에 맞선 가짜뉴스 참호전이 벌어졌던 셈이다.   
  
“우리 팀은 총 20명이었는데 아혹 지지자이거나 대학생들이었다. 내 경우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통틀어 11개의 가짜계정을 운영했다. 트위터엔 매일 60~120개의 트윗을 날렸고 페이스북도 수시로 포스팅했다. 팀으로 보면 매일 2400개 분량이다. 주로 상대 후보를 비판하거나 이슬람 동맹을 조롱하는 해시태그를 포함하는 방식이었다.” 
  
알렉스(가명)라는 이름의 청년이 밝힌 활동 내역이다. 그는 지난해 몇달을 자카르타 도심의 한 공동 숙소에서 살았다. 매달 280달러(약 32만원) 가량 보수를 받으며 ‘반(反)아혹’에 대응하는 사이버전에 동참했다. 이들을 고용한 측은 왓츠앱 그룹 파슈칸 쿠슈스’. 인도네시아어로 특수부대라는 뜻의 이 그룹은 총 8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알렉스를 포함한 여러 팀들에게 각자 퍼뜨릴 콘텐트를 할당하고 활동 방식도 코치했다. 예컨대 가짜계정을 만들되 프로필에 실존 인물 사진을 붙일 것을 요구했다. 특히 미녀 사진이 권장됐는데 이렇게 해야 사람들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이유였다. 알렉스는 자신의 활동을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적을 무찌르려면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럼에도 때로 “스스로 역겨웠다”고 덧붙였다. 
  
<공작단 활동 수칙>
-1인당 트위터 5개, 페이스북 5개, 인스타그램 1개 계정 운영
  
-매일 트위터에 60~120회 정도 트윗 및 리트윗. 페이스북도 수차례 포스팅 
  
-그룹별로 다른 콘텐트 생산. A팀은 지지 트윗 확산, B팀은 반대파 공격. 
  
-콘텐트 및 해시태그는 왓츠앱(Whatsapp·메신저 어플) 톡방에서 전달받은대로. 
  
-계정은 진짜처럼 보이게. 사람 관심 끄는 미녀 사진 권장.   
  
가디언에 따르면 아혹 측도 상대 후보 측도 모두 캠프에서 ‘가짜뉴스 부대’를 운영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런 활동이 있었다 해도 지지그룹이 자발적으로 벌였을 거란 입장이다. 어쨌든 아혹은 무참히 졌다. 주지사 선거의 승자는 아니스 바스웨단 전 교육문화부 장관이었다.   
  
바스웨단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의 후원을 받고 있다. 프라보워 총재는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통치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군장성 출신이다. 2014년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석패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사라센 그룹의 배후에 프라보워 총재 측이 있다는 의혹이 파다하다. 
 
인도네시아 혁신정책연구센터(CIPG)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자카르타 선거에선 후보들 모두가 이른바 ‘버즈(buzz·소셜미디어 여론 확산)’ 팀을 가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가짜계정 운영뿐 아니라 실제 영향력 있는 인물 포섭에도 힘썼다. ‘입김’이 센 계정 운영자에겐 한번 트윗에 2000만 루피(1400달러, 약 160만원)가 건네졌다는 제보도 나왔다. 사실상 정치 관련 버즈가 이미 산업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사례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이곳 트위터·페이스북 사용자가 세계 5위권에 이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2억6000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국가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같은 이슬람 종주국과 달리 비교적 언론·표현의 자유가 활발하고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 활용도가 높다.   
 
이런 개방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아혹은 비무슬림 중국계라는 한계를 딛고 지난 50년 내 처음으로 자카르타 주지사에 당선된 바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전파된 인종·종교 정체성 논란이 결국 그를 끌어내렸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둔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1월엔 인터넷을 통한 이슬람 극단주의와 가짜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사이버 대응 전담기구인 국가사이버암호청(BSSN)을 신설했다. 지난 3월엔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선전선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해온 자생 이슬람 지하드 단체 ‘무슬림 사이버 아미(Muslim Cyber Army, MCA)’ 조직을 적발하고 조직원들을 체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사생활 및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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