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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아시아의 2017년, ‘가짜뉴스’의 위력 실감한 한 해 사회∙종교 편집부 2017-12-2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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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멧 심섹 터키 부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로힝야족의 피해 실태라며 사진을 게시했으나 다른 사건의 사진이 오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메멧 심섹 터키 부총리 트위터)
 
아시아의 2017년은 ‘가짜뉴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한 해였다.
 
미국 CNBC 방송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올해 아시아에서 열린 3가지 정치적 사건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오보와 허위정보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와 미얀마 로힝야 학살 사태,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에서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와 선입견·프로파간다를 강화하는데 널리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무스타파 이주딘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 내에서 가짜뉴스는 각국 정치와 밀접한 연관을 보였다.
 
특히 국수주의의 부상과 맞물려 파급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국수주의 성향과 인종·종교 문제 등이 뒤엉켜 인도네시아·미얀마·필리핀 등에서 가짜뉴스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이주딘 연구원은 “국수주의 정치가 더욱 만연할수록 가짜뉴스 문제는 더욱 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카르타 주지사였던 바수키 짜하야 뿌르나마(아혹)에 대한 신성모독 혐의는 지난 4월 있었던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서 그의 재선을 막기 위한 정치적 공작이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당시 아혹 주지사가 중국의 스파이로, 그가 추진했던 인유두종 바이러스 (HPV) 백신 무료 접종 프로그램이 오히려 여성들의 불임을 일으킨다는 가짜뉴스가 온라인 상에 퍼진 바 있다.
 
경찰은 이 가짜뉴스 기사 중 다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영리를 취하는 업체, 일명 ‘사라센’이 한 조직적 행동의 결과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업체의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아혹 당시 주지사가 중국계인 것과 기독교인 점이 인도네시아에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 ‘중국인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반감을 자극하기 좋은 조건을 조성하며 그에 대한 가짜뉴스를 더욱 빠르게 퍼지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불교 국가 미얀마에서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 사태와 관련해 시민들과 정부가 모두 가짜뉴스 생산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은 미얀마에서 자행된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과 불교도들의 잔혹한 행태에 대해 ‘인종 청소’로 규정하고 비난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와 관련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 역시 외부세계의 시선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로힝야족이 자신들의 집을 스스로 불태우며 불교도와 힌두교도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으며, 미얀마 정부도 이러한 매체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때문에 많은 미얀마인들은 로힝야족 학살을 전혀 믿지 않는다.
 
게다가 메멧 심섹 터키 부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로힝야족의 피해 실태라며 사진을 게시했으나 결국 다른 사건의 사진이 오용된 것으로 밝혀지는 일도 있어 미얀마인들이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외부세계의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 권력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가짜 뉴스가 나돌며 테러리스트들(로힝야 반군)을 돕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서도 각종 잘못된 정보들이 어지러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태양계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지칭했다는 뉴스까지 나돌았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연구팀은 올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온라인 상에 정부 친화적인 프로파간다를 퍼뜨리는 ‘댓글 부대’를 고용하는데만 20만 달러(약 2억 원)을 지출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가짜뉴스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등 논란이 되는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데 이용된다.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외신들의 마약과의 전쟁 희생자 집계가 잘못됐다면서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필리핀 국민들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게끔 하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가짜뉴스의 확산은 글로벌한 현상이지만, 동남아 지역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에임 신펑 정치학 교수는 “대부분의 동남아 사람들에게는 국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은 정보에 접근하는 경험이 아마도 평생에 처음일 것”이라면서 오랜 기간 정부의 통제를 받는 전통적인 미디어만 접해오던 동남아 사람들이 온라인 세계의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아직 서투른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페이스북 등 SNS가 동남아시아인들이 가짜뉴스를 접하게 되는 주요 창구가 되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친구나 지인들이 공유한 정보를 쉽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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