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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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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6,633회 작성일 201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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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시. 정지원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리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리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갈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가는지를
 
누가 뭐래도 믿고 기다려주며
마지막까지 남아
다순 화음으로 어울리는 사람은 찾으리
무수한 가락이 흐르며 만든
노래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뜻을
 
출처: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 (문학동네)
 
NOTE**********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가수 안치환이 노래로 만들어 불러 유명해졌고 그의 대표곡이 되었지만, 원래는 정지원 시인의 시였다. 노래패 꽃다지에서 시인의 시를 가수에게 건네주며 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시작이었고, 안치환은 그후에도 정지원의 시로 여러 노래를 만들었다. 7집 타이틀도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라고 정해 정지원 시인의 많은 시가 안치환의 노래로 재탄생되었다.
 
나에게 이 시가 좀더 특별한 이유는 문예창작을 공부하던 대학시절 내내 시인과 같은 동아리에서 연극을 하고 함께 시를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가난하고 치열했던 삶과 사랑과 절망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다. 그녀의 시가 노래로 먼저 세상에 알려진 것이 속상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사실 그녀는 가수로 불리어도 될 만큼 노래를 잘하기도 했지만, 작사가가 아니라 시인으로 세상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랑이 같은 기상으로 늘 현장에서 시를 썼던 그녀가 몇 년 전부터 소식이 끊겼다. 이메일도 받지 않고 전화도 되지 않는다. 시를 발표하는 것 같지도 않다. 신부님이 된 남동생을 따라 이태리로 가서 공부를 하고 있으려나 혼자 짐작할 뿐이다. 어제는 언니의 시집을 읽다가, 가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안부를 묻는 편지를 썼다. 메일은 수취불능으로 되돌아 왔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소식이 닿을 것이다. 어디서건 꽃보다 아름답게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쩡쩡 살아 움직이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고 있으리라 믿는다.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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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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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전설님의 댓글

가을의전설 작성일

시는 처음 보네요... 에구.. 죄송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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