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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거머리와 피로 맺은 인연-19세기에 성행했다는 거머리 치료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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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15,031회 작성일 2017-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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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거친 숨을 토하며 산 정상에 올랐다. 자카르타 남동쪽 보고르 지역의 리디아산(고도 약 1,250m)이다. 아! 시원한 바람이 감탄사를 절로 토하게 한다. 인도네시아 한인 등산모임 <산빠람>, 목적지에 도착 한숨 돌리고 나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과정이 있다. 거머리 검열이다. 옷이나 신발 모자, 목에 두른 수건 등을 샅샅이 살핀다. 윗옷을 벗고 허리띠를 풀기도 한다. 
 
 
거머리는 질척한 계곡 길에서 신발에 달라붙기도 하지만 숲을 지날 때 나뭇잎에 있던 것이 옷이나 모자에 달라붙기도 한다. 거치적거린 나뭇가지를 스틱으로 치는 순간 튕겨서 붙기도 한다. 그럼 그렇지 거머리 발견이다. 내 허리춤에서 발견됐다. 아직 어린 녀석이다. 한참 먹이가 필요할 때렸다. 제 몸을 찌익 찍 늘리며 스멀스멀 내 도톰한 뱃살로 진격하겠다는 심산이다.   
 
처음 같았으면 몸에 붙은 거머리를 보는 것으로 온몸에 소름 돋을 일이다. 그러나 이젠 과히 놀라지 않는다. 몇 번 겪은 경험 때문이다. 녀석이 앞뒤 빨판을 이용 천천히 움직인다. 한쪽 빨판을 붙이고 몸을 늘리고 세워 전진할 방향을 더듬거린다. 들킨 줄 모르는 걸까? 나와 피를 나누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그러나 난 거머리와 피를 나눌 생각이 없다. 발견한 이상 거머리의 욕심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녀석의 강한 의지를 사진으로 남길 뿐이다. 
 
 
“어~ 버리지 마세요. 이리 주세요.”
 
이런 거머리를 달라니. 떼버리려는 순간 김이제 회원이다. 거머리 치료를 하겠단다. 이건 틀림없이 김일우 회원이 일으킨 파문이다. 몇 주 전 김일우 회원은 뱃살까지 파고든 거머리와 집까지 동행했었다.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는데 통통해진 거머리 한 마리가 툭 떨어지더란다. 이걸 어쩌나 뱃살에는 이미 두 개의 상처가 생긴 뒤. 옷은 땀이 아닌 피로 범벅일 것은 뻔한 상황. 상처에 약을 발라도 이틀간이나 피가 멈추지 않더라고 했다. 그간 흘린 피가 몇 사발(?)은 될 것이라고 강조를 했다.  
 
모내기를 체험해 보지 않았다는 그다. 거머리에 물려본 적도 없을 터, 죽을병 들까 싶어 더럭 겁이 났을 거다. 거머리에 관한 문헌을 샅샅이 뒤졌을 것은 짐작이 가는 일, 왜 아프지 않았을까? 바늘만 찔려도 몸이 크게 반응하거늘 거머리가 장시간 피를 파는데도 왜 모를 수가 있을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그다. 대단한 호기심의 소유자다. 그 다음 주, 거머리로 인한 그의 수난 체험은 산빠람 팀에게 거머리 학 강의로 펼쳐졌다. 
 
“거머리는 무려 300여 종이 있답니다. 산과 바다, 강과 들판에서 두루 산데요. 거머리 침에는 마취성분과 혈관 확장, 혈액 응고를 막는 ‘하루딘’ 성분이 있답니다. 거머리가 무는 순간 마취제가 퍼지니 자극이 없어 물려도 알 수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혈액 응고를 막으니 술술 배를 불릴 수 있고요. 그뿐이 아닙니다. 거머리 치료법이 있어요. 19세기에 가장 유행했데요. 정신질환, 종양, 피부병, 통풍, 백일해 치료 등 다양하게 활용됐답니다.” 

그러잖아도 다방면에 빠삭한 그다. 그런 그에게 거머리에 대한 지식 항목하나가 제대로 장착됐다. 배에 드러난 상처를 보여주며 펼치는 강의는 설득력이 컸다. 거머리에 심하게 피를 빨려도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눈앞의 명백한 증거. 심지어 앓아눕지도 않는다는 산 증좌가 어떤 영수증보다 선명했다. 하여 산빠람 회원 대부분이 친 거머리 정서로 돌아섰다. 모름지기 산빠람 회원들은 앞으로 “거머리 같은 놈”이란 말은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거머리를 내 바지춤에서 떼어간 김이제 회원은 거머리를 자기 팔목에 붙였다. 최근 계속해서 시큰한 손목으로 인해 좋아하는 골프 라운딩도 쉬었다던 김이제 회원, 그는 거머리에게 손목을 맡겼다. 산 정상에서 쉬는 동안 무려 15분여를 거머리에게 헌혈했다.
 
“어 느낌이 서늘해요.”
 
그는 처음 피가 빠져나가는 순간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의 느낌만 생생한 것이 아니다. 눈앞 현장을 보는 산빠람 회원 모두 생생하다. 김이제 회원은 풍광 좋은 산 정상에서 치유의 능력을 지녔다는 인연을 그렇게 찾았다. 거머리는 참 맘씨 좋은 귀인을 만난 셈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기가 어디 이리 쉬우랴. 
 
 
홀쭉한 거머리가 몸이 커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연약하던 산거머리가 검고 단단한 거머리다운 거머리로 변하는 상황이 산빠람 회원들 눈앞에서 전개됐다. 이만하면 거머리 누릴 복은 누린 셈일까? 김이제 회원은 떨어지기 싫다는 거머리를 숲으로 되돌려주고 발길을 돌렸다. 
 
다시 한 주가 지난 8월 13일 일요일 이른 아침, 변함없이 산빠람 일행은 길을 나섰다. 이번 목적지는 리디아 산이 아니다. 큰 늪(Lawa Gede)으로 흘러드는 폭포 세 곳이다. 맑은 날씨, 멋진 풍광 새로운 코스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모두 즐거웠다. 점심을 먹기로 한 세 번째 폭포 지역에서 벌어질 흥미진진한(?) 일을 누구도 예견할 필요 없이. 
 
또 거머리였다. 일행이 본격적으로 거머리 점검을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핸드폰과 모자와 함께 벗은 김이제 회원 안경테에서 거머리가 발견됐다. 경험을 통해 볼 때 제법 자란 중간 크기 녀석이었다. 이리저리 놀리다가 옆 고목나무에 붙여주었다. 그런데 김이제 회원 바지에서 한 마리가 더 발견됐다. 그마저 더러 있는 일,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등산 배낭을 풀었다. 주섬주섬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 폭포를 배경으로 나무 그늘에 둘러앉았다. 
 
 
일행 11명의 배낭에서 펼쳐진 음식은 참 푸짐했다. 모처럼 동참한 김띵기 회원 부부가 준비해온 별미 메뉴 골뱅이 무침으로 화려함까지 더했다. 누구라서 쉽게 물으랴? 그야말로 모두 꿀맛이었다.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분위기 도우미로는 역시 풍광이 최고다.  
 
“어마야 피~”
 
우연히 김이제 회원 옆모습을 본 박인심 여성 회원의 비명. 피가 김이제 회원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발원지는 안경테가 지나는 자리에서 가까운 머릿속이었다. 머리카락을 타고 흐른 피가 뺨 위에 선명했다. 벗어놓은 안경테에서 어슬렁거리던 그 거머리의 소행임이 분명했다. 풍부한(?) 경험으로 약을 바른 밴드를 붙이고 머리띠를 묶는 것으로 소란이 곧 진정됐다. 그리고 이어진 억측과 우스개 소리 난무.
 
“거머리 가족이 지난주 치료비 받으러 왔나? 암튼 거머리들이 김사장을 유난히 좋아하네.” 

“거머리와 피를 나눈 형제인 게 증명되네. 거머리인들 자기 형제 왜 모르겠어?” 

“당분간 산에 오면 안 되는 거 아냐? 아무리 형제래도 거머리 같은 것들은 일단 피하고 볼 일이야.”
 
그나저나 아프던 손목은 다 치료된 거요?”
 
그래 그 거 궁금하다. 과연 거머리 치료는 효과가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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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전설님의 댓글

가을의전설 작성일

정말 궁금한데요.  손목은 좀 나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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