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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사람 혼자 못 산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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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7,967회 작성일 2017-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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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⑥] 천 냥을 주고라도 사야할 이웃
 
 
일인 한 가구 시대다. 혼밥, 혼술뿐만 아니라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여행하기 등 개인주의가 당연시되는 시대다. 이웃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치한에게 곤경을 당하는 이웃을 보면서 모른 척 지나치는 것을 이웃 나라 중국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웃이 허물어지는 시대다.
 
문제점 지적과 이런 저런 대안 제시가 왜 없으랴. 그러나 세상의 흐름은 이 '혼자' 문화가 더욱 짙어질 태세다. 어디서나 사람 혼자 못 산다는 것 누구나 아는데도. 그렇다. 우리는 살면서 '이웃이 사촌보다 낫다'라는 옛말, 때때로 실감한다.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라는 속담에 고개를 끄덕일 일 많다. 재외 교포 사회에서 실감하는 말 또한 '이웃'이다.
 
김하나(63. 가명) 사장, 그는 인도네시아 한인 교포로 좀 개성이 도드라지는 사람이다. 열심히 살기로 치면 엄지손가락 치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이웃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는 한마디로 좋은 이웃이다. 그를 인터뷰할 작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몇 마디 뜻을 전하자 그는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
 
"까칠하기는……"
 
누가 김하나 사장을 향해 한 말이다. 김하나 사장은 자기감정 표현에 거침이 없다. 애써 감정을 꾸미지 않는다. 그런 언행 때문에 그와 가까이 사귀어 보지 않은 이들은 그에게서 자칫 까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건 상관할 바 아니다. 남을 평가하는 잣대는 두 말 필요 없이 개인의 취향 아닌가. 특히 좋지 못한 평가란 진심을 알지 못하는 동떨어진 곳에서 나오는 것이니.
 
김하나 사장을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 그를 "참 좋은 이웃"이라고 말한다. "자기 좋은 쪽이 아니라 늘 이웃 좋은 쪽으로 튄다."고 평가한다. 그의 까칠한 이면 뒤에 감춰진 이타적인 마음을 겪어 봐서 알기 때문이다. 김하나 사장, 그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명으로나마 그의 이야기를 또 다른 이웃들에게 들려주는 이유다.
 
매우 특별한 마니아
뭔가 한 가지에 깊이 빠져들어 그것에 열중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마니아'라 칭한다. 마니아의 특별한 점은 대개 즐기는 대상에 관해 충동적이지 않다. 은근하고 지속적이다. 단순한 욕구, 외적 화려함이나 일회성으로 즐기는 따위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김하나 사장은 마니아다운 기질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다.
 
"느긋이 바라다보고 내면으로 대화하는 식물적 교감, 이거 어디 비할 데 없다."
 
그의 말이다. 각종 난을 비롯한 꽃, 나무 중 희귀종을 수집하여 정성스럽게 기르는 것을 보면 그는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그가 아는 꽃과 식물의 이름과 그 특징들을 듣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다. 등산모임 일원으로서 함께 산행할 때 그가 멈칫거리는 곳엔 그만이 이름을 아는 작은 들꽃과 식물이 있다.
 
그의 거실에서 그의 다양한 취미생활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는 음악을 매우 즐긴다. 그의 집 거실에는 양질의 진공관 앰프와 특별 주문한 성능 좋은 스피커가 갖춰져 있다. 그는 한 곡의 음악 속에서 낱낱의 악기 소리를 찾아 듣기를 즐기는데, 듣기뿐만이 아니다. 그는 색소폰 연주도 즐긴다. 길지 않은 기간 학습에도 불구하고 합동 연주회 등을 통해 주변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미식가다. 음식을 알고 즐기는 미식가다. 횟감이나 육류의 부위별 특징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가 진정 즐기는 것은 값비싼 음식들이 아니다. 어떤 음식이라도 특별하게 즐기는 데 있다. 그 특별함 중 하나가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그가 주관하는 홍어 파티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한국의 흑산도에서 양질의 홍어를 직접 구매해 인도네시아까지 운송해 온다. 그리고 폭 삭힌 묵은김치와 맛깔나게 삶은 돼지고기를 조합한 자리를 마련해 이웃을 초청한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애주가다. 그런데 아무리 귀한 술이라 해도 절대 혼자서 마시지 않는다. 그가 출장길에 사 오거나 선물 받아 보관하는 술은 오직 이웃과 함께할 시간을 기다린다. 청탁불문인 그는 각종 술이 지닌 향과 맛을 음미하고 그것을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물론 흥이 나면 출중한 노래 솜씨로 좌중을 흥겹게 한다.
 
발리섬 옆 롬복섬에서 풍경 사진찍기 삼매에 든 김하나 사장
 
서예 동호회전을 위해 작품 사진 촬영을 하는 김하나 사장
 
그는 수준급 사진 실력을 지녔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그는 틈만 나면 인도네시아 오지와 고산을 누빈다. 그가 보유한 좋은 사진 작품 상당수가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발로 뛰어 얻은 둘도 없는 작품들이다. 사진전을 벼르고 있는 그는 일필휘지 서예 창작능력도 지녔다. 이미 한국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서예대전과 서울서예대전에 몇 번 연이어 입상함으로써 실력을 인정받았다.
 
상식을 훨씬 웃도는 그의 마니아다운 소양은 그의 선천적인 기억력에서 비롯된다. 거기에 후천적인 노력과 집중력이 잘 조화됨으로써 늘 이웃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는 그의 역량 발휘가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바로 타국살이 이웃들의 삶을 즐겁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빠뜨리면 안 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는 감투를 매우 싫어한다. 그러나 해야 할 자기 역할까지 피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할 수 있다면 개인이나 그룹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옳다 싶으면 지갑 열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식물적 교감이 주는 이익
김하나 사장은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약 32km 지점 리뽀찌까랑 한적한 주택 단지에서 살고 있다. 그의 집을 방문하면 놀라운 사실이 선뜻 다가온다. 그의 집은 담과 울타리가 없다. '나그네 나무'로 불리는 부채형 야자수 삐상 끼빠스 몇 그루 서 있을 뿐이다. 그래서 때로 산책을 하는 동네 이웃들이 정원으로 들어와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그가 기르는 앵무새와 대화를 나누고 가기도 한다.
 
그의 집은 담과 울타리가 없다. ‘나그네 나무’로 불리는 부채형 야자수 삐상 끼빠스 몇 그루 서 있을 뿐이다
 
그의 집 정원에는 희귀한 정원수와 꽃, 정원석이 늘어서 있다
 
한때 그의 정원은 작은 식물원이었다. 희귀종 난 80여 종을 비롯해 150여 종의 나무와 식물을 길렀다
 
정원에는 희귀한 정원수와 꽃, 정원석이 늘어서 있다. 그가 직접 우량종 씨앗을 구해다 심었다는 아름드리 야자수와 키우기 까다로운 연꽃이 화려한 꽃을 자랑한다. 한때 그의 정원은 작은 식물원이었다. 희귀종 난 80여 종을 비롯해 150여 종의 나무와 식물을 길렀다. 정원을 돌아보며 놀라는 것은 종류가 많은 것이 아니다. 그 모두를 구한 장소와 시기, 이름과 특성을 그가 줄줄이 꿰고 있다는 사실이다.
 
"꽃과 나무를 기르다보면 되돌려 받는 게 너무 많아요. 특히 내 손길이 닿아 달라지는 것을 느낄 때면 그 환희가 온전히 내 것으로 남아요."
 
그는 커피를 썩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아는 커피 상식은 여느 바리스타와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커피 종류와 산지, 로스팅 방법과 냉 드립까지 일목요연하다. 특히 그의 루왁 커피 나눔은 놀랍다. 그의 집처럼 울타리가 없다. 가까운 이웃은 물론 멀리 고국까지 커피를 좋아하는 이웃들과 아낌없이 나눈다.
 
그가 루왁 커피를 나누기까지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그는 루왁 커피를 산지 마을 사람들을 통해 직접 구한다. 커피 루왁은 가짜가 많으므로 잘 살펴야 한다. 수량이 적으므로 그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악착같아야 한다. 선지급을 해야 할 때도 잦다. 모아지면 먼 길을 직접 지고 내려와야 한다. 잘 말려서 껍질을 벗기고, 10여 차례 씻기를 반복한 다음 다시 충분히 말리는 과정에서 일부분 도우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꼭 관여해야 한다. 양질의 커피 원두만을 고르는 일이나 로스팅과 믹서는 반드시 손수 한다. 어지간한 정성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고교와 대학 시절 모두 산악부원이었다는 그는 여전히 산을 즐긴다. 산을 오를 때 그의 등산 백은 늘 무겁다. 일행과 나눠 먹을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백은 항상 내려올 때가 더 두툼하다. 바나나, 계피, 죽순, 싱싱한 채소 등 각종 먹거리를 등이 휘도록 지고 내려온다.
 
"제가 무공해 식품에 대해 욕심이 많아요. 철 따른 싱싱한 산물들을 생산 현장에서 구할 수 있음이 얼마나 흥미롭습니까? 운동도 할 겸해서 좀 많이 지고 오다 보니 이웃과 나누게 돼요. 소득이 변변찮은 산골 농사꾼들을 신바람 나게 하는 일이니 이 또한 즐겁잖아요. 더러 음식점을 하는 지인과도 나누는데, 그게 여러 교민과 또 나누는 것이 돼요."
 
A형 인간
모 지식인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한 적이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성, 각기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이 서로 기대어 꼭지를 이루고, 그 둘이 서로 소통하는 모양의 'A형 인간'이란 이론으로 다수의 긍정을 끌어냈었다.
 
A형 인간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존재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 하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것은 세상이 두루 아는 바다. 그는 미술뿐만 아니라 과학, 의학, 수학에서 운동, 요리까지 갖가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빈치에게는 다양한 관심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웃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그들은 다빈치로 인해 삶이 즐거웠고, 다빈치로 인해 행복한 순간이 많았으리라.
 
"제 목적은 그냥 지금을 즐기는 겁니다. 지금 하는 일도 즐겁게 하고, 현재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 선택은 늘 평범한 일상의 범주예요."
 
김하나 사장은 1997년 정밀사출 금형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고, 현재 그와 관련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그가 정착 이후 꾸준하고 은밀하게 불우한 현지인들을 향해 선행을 펼쳐왔음을 들어서 알고 있다. 미담이나 선행이란 때로 널리 알려져야 한다.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과 많은 사람의 동참을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그에 관해서는 정색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까칠함이 그렇게 또 드러났다.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저물녘 이웃의 초청이었다. 그는 한사코 나까지 이끌었다. 그날 밤 나는 그의 이웃을 내 이웃처럼 만났다. 그의 넘치는 에너지를 또 실감했다. 즐거운 이야기들을 포만감이 들도록 듣고 또 들었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다. 돌아보면 바로 거기에 따뜻한 이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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