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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35) 나의 골프, 나의 인생 / 엄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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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395회 작성일 2018-12-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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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산책 35 >
 
나의 골프, 나의 인생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골프는 재미있는 운동이다. 인생의 의미를 살아보아야 느끼듯 골프도 칠수록 더 묘미를 느낀다. 우드와 아이언 골프채로 계란보다 작은 공을 쳐서 멀리는 500m까지 떨어진 커피잔 크기의 구멍에 집어넣는 게임이다. 몇 번이나 치느냐에 따라 핸디가 결정이 되는데 보통 18홀에서 72타가 기준으로 짧은 홀인 파 3홀에서 긴 홀인 파 5홀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의 구기 경기가 움직이는 볼을 치는데 골프만은 정지된 볼을 가격한다. 물론 멀리도 보내야 하지만 정확하게 치는 것이 중요하다. 페어 웨이를 벗어나면 OB가 되어 벌 타를 당하고 다시 쳐야 한다. 파 3홀에서 한 번에 들어가면 홀 인원이라고 하여 골퍼로서 최고의 경사인데 안타깝게도 20년 골퍼 인생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하였다. 규정 타수보다 1타를 덜 치는 버디(Birdie)는 가뭄에 콩 나듯이 했지만 2개를 줄이는 이 글(Eagle)은 지금까지 단 한 번 경험했을 뿐이다.
 
 
문제는 규정 타수와 같은 타수인 파(Par)보다 더 치는 데 있다. 1타를 더치면 보기(boogie)요 2개를 더치면 더블 보기와 3개를 더치는 트리플 보기이다. 더 굴욕적인 양파도 있는데 이는 규정 타수보다 2배를 더 친 경우이다. 그래서인지 “골프장의 그늘 집 음식에 양파가 없고 OB맥주는 없다”는 일설도 있다. 좀 더 잘 쳐보고 싶은 욕심에 없는 시간 짬을 내어 연습장에 가서 연습을 하거나 집안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다 아내의 눈총을 받기도 하였다. 이런 골프는 동반자와 함께 하는 매너 게임이다. 보통 4인이 1조가 되는데 동반자가 실력이 좋고 매너가 있으면 덩달아 스코어도 잘 나오고 분위기도 좋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고 죄 없는 캐디에게 큰 소리 욕이나 하여 분위기를 망치는 매너 꽝 골퍼도 가끔씩 있다.
 
이런 골프를 나는 40대 초반에 시작하였다. IMF의 찬 바람이 그치지 않았을 때 기분도 쇄신할 겸 골프에 입문하였다. 처음에는 세게만 치고 멀리만 보내면 되는 줄 알았다. 연습장에서 제대로 레슨도 받지 않고 무조건 꽉 잡고 세게 휘두르기만 하다 보니 손바닥에 굳은살과 물집이 생겼다. 그래도 두어 달 지나자 골프채에 제대로 맞추기 시작하면서 퍼블릭 골프장에 나가 초짜 골퍼로 머리도 얹었다. 처음 필드를 나가서 휘두르니 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초보의 설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고 기회를 만들어 골프장을 찾았다. 친구들과는 친목 도모로, 사업상으로는 접대 골프로 골프장들을 섭렵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보기 플레이어가 되어 있었다. 골프가 좋아서 북한강의 강추위가 몰아치는 강촌cc에서 얼은 손을 입김으로 녹여 가며 친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골프장은 사계절이 여름이다. 골프비용이 고국보다 저렴하고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기에 이곳에 한국 주재원들이 많이들 즐기고 있다. 자카르타 인근의 골프장에 가면 한국인 골퍼가 대부분인 경우를 자주 본다. 예약도 필요 없고 꼭 4인이 아닌 2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그린 피도 플레이어 각자가 부담하는 더치페이 방식이라 부담도 없다. 한국과 달리 캐디도 1인 1 캐디로 자상한 서비스를 받는데 운이 좋으면 실력 있는 캐디가 즉석에서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준다. 야자수 나무 아래 푸른 필드를 바라보면서 걸어가면 내가 이국 땅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처음 인도네시아에서 찾아간 찌까랑 인근의 Senada 골프장의 풍경은 나를 인니 예찬론자로 만들었다. 게다가 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난 예전 직장 동료로 인하여 지금의 직장에서 일하는 행운까지도 얻었다.
 
인니에서는 접대 골프보다는 지인들과 친교를 나누는 골프가 많다. 잃어버린 샷 감각을 되찾은 지난주에는 젊은 후배들과 같이 나간 남부 자카르타의 뽄독짜베cc에서 나의 공식 핸디 16을 회복했다. 심한 헤드 업과 과도한 하체 이동으로 인한 슬라이스가 나를 괴롭힌 슬럼프의 주원인이었다. 거기에다 멘탈 게임이라 유독 내기와 공식 게임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부담 없는 동반자들과의 편안한 라운딩이 원래의 내 실력을 되찾게 하였나 보다. 물론 그전에도 뿐짝 정상의 멋진 풍경을 조망하는 레인보우cc에서 마음에 드는 플레이를 하였다.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한 기온에서 교회의 지인들과의 라운딩은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인해촌(인도네시아 해외 은퇴자촌)의 삶을 미리 맛본 기회였다. 다음 주말에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할 보고르라야cc에 내 마음은 벌써부터 가 있듯이 골프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골프는 인생이다” 라는 말이 있다. 드라이버 샷이 창공을 가로지르고 멀리 날아갈 때는 나를 짓눌러 왔던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두 번째 샷이 그린 홀 주변에 붙여서 동반자 보다 먼저 장갑을 벗을 때는 표정 관리까지 해야 한다. 거기에 뜻하지 않게 장거리 퍼트가 성공하면 마치 프로 골퍼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퍼팅 실수로 버디를 놓치고 보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반전에 멋진 플레이가 후반에는 자만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한 홀 버디에 다음에 트리플 보기로 연결되어 자책하기도 한다. 역시 “자식 농사와 골프만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유행어처럼 골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운동이다. “인간사 새옹지마” 라지만 골프도 마찬가지이다. 드라이버 하나 잘못 쳤다고 포기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다음 샷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파 세이브의 기회도 오고 전화위복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왕에 시작했으니 나도 홀인원을 하고 싱글 골퍼로 70대 스코어를 남기고 싶다. 그냥은 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나의 골프가 나의 인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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