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 복숭아와 나한지영(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나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 보통 복숭아 알레르기라고 하면 복숭아 껍질에 있는 까슬까슬한 잔털에 의해서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털에 대한 알레르기에, 과육을 입술에 닿게 먹으면 입술이 붓는 특이 증상까지 더해진 경우였다. 문제는 이런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수필산책
2023-12-05
내려놓음 (전편) 김형석(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회원)2013년 12월 엄청 춥던 날 인천공항을 막 빠져나오니 차가운 공기가 머릿속까지 전달된다. 연말이라 그런지 공항 터미널 주변 여행객 옷차림이 내 눈에는 다들 살찐 곰처럼 보였다. 나는 7시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 뜨거운 열기 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이렇게 뜨거운 날씨에 있다가 갑자기 겨울로
2023-10-11
거울 앞에서김형석(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나이가 불혹(40세)이면 자신의 얼굴과 행동에 책임질 나이라고 여러 문헌이나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한 예로 미국의 대통령 링컨은 친구 추천으로 면접 온 사람을 얼굴만 보고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렇듯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의 거울이라고들 한다. 얼굴을 통해 됨됨이를 들여다본 것이다. 그래서 항상 맑고 깨끗하
2023-09-29
<적도 문학상〉시상식에서 네 이름을 적어 보라며최하진(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회원)나는 시상식에 간다. 문인들의 곁으로 간다. 로망이었던 신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수상 결과가 나온 뒤 두 달여 동안 나는 매일이 설레었다. 설마 그 일이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나의 중추신경계를 이토록 자극하게 될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한 터였다. 불혹이 넘
2023-09-08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부 암바라와 답사 이태복(사산자바문화연구원 원장, 시인)8월 16일부터 21일까지 대경작가회의 회원작가 13명이 암바라와 위안부 수용소와 <고려독립청년당> 창단의 현장인 수모워노와 민영학, 손양섭, 노병한 열사의 의거 현장인 일본군 제2분견소 암바라와 성요셉 성당과 민영학 열사가 의거를 일으키고 총탄을 맞
2023-08-22
기다림의 끝Bunga Shafa Aziizah그렇게 밖에 신뢰를 못 줬다고?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던지 김도권은 귀가하는 내내 핸들을 끊임없이 때렸고 또 때렸다. 자기도 그걸 아는지 불안정한 그의 운전을 멈출 생각으로 도로 한복판에 주의를 보면서 차를 근방 편의점에 세웠다.새벽 2시 23분. 그는 차에서 내려 편의점에 들어섰다. 그 안에 졸고 있던 알바생이 종
2023-08-05
승리의 도시, 자야카르타최하진탁 트인 공터를 둘러싸고 새까만 대포가 눈을 거스른다. 선글라스를 끼고 발걸음이 가벼운 낯선 사람들이 지나쳐간다. 따가운 햇볕은 나의 인내심과 줄다리기를 하고, 체면 따위는 접어두고 더위를 피할 곳을 찾는다. 털그덕 털그덕 더위에 지친 말이 꼬리를 힘없이 흔든다. 터벅터벅 걷는 것인지 뛰는 것인지 모를 발걸음에 나도 모
2023-07-21
빈 상자김형석우리는 저마다의 삶 속에서 무수히 많은 인연의 연속에서 살아간다. 인연이란 인간관계 말고도 포괄적 의미에서 사물뿐 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 언급하려는 것은 살면서 어떠한 물건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그것들은 각자의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부담 없는 것부터 값이 나가는 것까지 매우
2023-07-15
나의 아저씨, 나의 기사님, 나의 고젝양범은핸드폰의 액정이 8시 39분을 가리킨다. 로비에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며, 구글 지도앱을 켠다. 액정에 나타난 예상시간 48분, 출근시간과 겹친 도로는 마치 붉은 정맥 같은 길을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 예상했던 시간과 무려 30여분이나 차이가 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카르타의 교통체증 때문이다.‘오늘이 짝수 날이라
2023-07-10
에바, 애바. 황영은호텔 관리인인 듯한 사내는 호텔을 관통하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산으로 향하는 문이 나온다고 안내해줬다. 하루 식비로 부족하지 않을 뒷돈을 받은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몇 주 전,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의 말에 따르면 호텔 관리인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좀 쥐어주면 호텔 입구로 출입할 수 있게 해
2023-07-06
PANDEMIC 터널을 지나온 우리한지영지난 3년간 우리는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는 감염병의 공포를 실감하며 살아왔습니다. 비단, 저만 느꼈던 것은 아니겠지만, 메르스나 사스가 발생했던 과거 시절에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의 공포를 실감했고 일상의 상실을 경험했던 3년간의 팬데믹이었습니다. 처음 우한 폐렴이라는 말을 뉴스에서 들었던 20
2023-07-05
계절의 여왕, 5월장소연이렇게 5월이 오기를 기다렸던 적이 있었을까? 부모님의 결혼기념일과 그 결과로서 세상에 나왔을 나의 생일과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봄의 계절이 어렸을 적의 나의 생일은 어린이날과 내 생일 하루 전에 있는 큰아버지의 생신 날 사이에 껴있는 덕분에 따로 생일상도 선물도 받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어린이 날
2023-07-01
작고 어린, 곤졸조은아1.새소리가 시끄러웠다. 짹짹 짹 짹짹짹 짹- 유일하게 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놈들이었다. 작고 동그란 얼굴에 새끼손톱만 한 부리를 가진 갈색의 새. 밤새 목을 아낀 탓인지 아침의 참새 소리는 더 높고 짱짱했다. 유나는 잠에서 깨며 동시에 얼굴을 찡그렸다. 고막이 그 작은 부리에 쪼아지는 듯했다. “아 시끄러…….”&n
2023-06-28
끝이 아니었다양경실학창 시절,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책상 앞에 책을 펼쳐 두고는, ‘이 지긋지긋한 공부는 언제 끝나지?’ ‘얼마나 커야지 공부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고민을 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않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면 되었던 건데, 그땐 그랬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보다 두 배는 더 살았는데, 과연 공부
2023-06-19
‘요즘’이 있어 즐거운!한화경(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요즘 마트에 가면 마치 산처럼 쌓여있는 선물용 과자 상자와 유리병에 색색이 담겨있는 달콤한 주스 원액들이 맛 별로 진열되어 있다. 여러 해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이제는 이 광경이 뭔지 안다. 이슬람 명절인 르바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에서 말하는 명절 대목의 모습이다.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이
2023-03-30
친구 ‘랄’할아버지/Sahabat Pak lal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자카르타에서 내려놓고 살라띠가에 살러 왔다. 내려놓은 사람은 걱정과 두려움이 없다. 내려놓음은 종착역으로 오해하기 쉬운 비움이 아니라 바른 목적지가 정해진 노선 위에 기관차를 올려놓은 출발일 뿐이다. 나흘 전, 연구원에 이민국 직원이 들이 닥쳤다. 내겐 아직 뭔가 두려
2023-03-23
저기, 저 이별이 우리에게도 온다!강인수(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한국에서부터 만리타국 떨어진 미국도 아닌, 그저 그 반의 거리에 사는 나는 근래에 많은 이별을 겪었다. 너무 오래 밖에 있었다는 느낌이 들 무렵 나의 사람들이 떠나갔다.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사실, 그것을 알면서도 나에게는 닥치지 말아야 하고 급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죽음에 대한 망
2023-03-14
마르고 커피와 대릉원 명당하연수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감사)족자(족자카르타)로 여행을 떠났던 친구를 다시 만났다. 프람바난이나 보로부두르를 본 느낌을 물어보았다. 프람바난 등 유적 이야기는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불타는 숯을 넣은 마르고 거리의 블랙커피, 말리오보로 거리, 전통시장 등 유적지 주변 이야기들만 신이 나서 한다. 족자여행 주인공이
2023-03-08
42년 만에 온 친구의 카톡 편지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 원장) 내 동기 친구에게 쓰는 편지 내 어린 시절 18살의 기억 속에 그 시간이 있었네. 지금은 아무리 돌아보려고 해도기억이 없네. 날 기억이라도 한련가 ? 나, 이준태 일세!
2023-03-04
웬 바늘? 문인기(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매일 아침저녁 산책길에 바늘 한 쌈씩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뜬금없이 갑자기 바늘을 건네는 행동에 '저 사람 참 기이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을까 싶어 간단한 설명을 하며 전한다. 그랬더니 모두가 활짝 웃으며 '뜨리마 까시! (고맙습니다!)'라고 반응한다.
2023-01-01
와아! 산이 멋지다. 이태복(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시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몸져 누웠던 밤, 먹구름 속에 천둥치던 우기의 어젯밤이 너무 어두워서 아침을 걱정했었는데 머르바부 산이 멋진 풍경을 선물했다. 연구원에는 시계 같은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아침 4시면 사원
2022-11-20
훌쩍 떠난 흔적 이태복 (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떠나는 차를 막을 수 없어 손만 흔들고 연구원에 들어선다. 손님 떠난 휑한 연구원에 머르바부 산에 걸린 구름같은 적막이 흐른다. 고도가 낮아지고 항공기 착륙 후에 고막천공이 회복된 듯 그제야 일상의 밤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별들도 다시
2022-11-04
K군에게, 통계에 관한 이야기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K군! 어제 저녁 자리에서의 토론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통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K군이 본인의 키며, 월급 그리고 인도네시아 GDP 대비 주변 현지인들의 임금 격
2022-10-28
마음 설레는 시작 한화경(문협인니지부 회원) 요즘 나에겐 자꾸 신경 쓰이는 그이가 생겼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매력적인 그다. 그는 내가 더 잘 해 보이고 싶은 열정을 가지게 해주고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친해지는 그이가 나는 참 좋다.
2022-10-15
사랑의 짧은 언어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작은 수의 언어로 사는 게 동물이다. 고양이의 언어는 보통 쓰는 ‘야옹’이라고 내는 소리 외에 위협할 때 내는 ‘쎄에’하는 소리, 끙끙거리는 소리, 사랑의 바디 랭귀지인 발톱으로 긁기와 꾹꾹이
2022-10-08